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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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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다. 잘 지내고 있느냐? 오늘 2월 4일 인데 날씨가 왜 이리 추운지 내일도 계속 춥다고 하는 구나. 이러다가 어느새 봄이 오겠지. 두꺼운 잠옷 보내 달라고 하는 거 보니 밤에 많이 추운가 보네. 엄마가 오늘 택배 보냈다고 하니까 내일 도착할 꺼다. 주말에 엄마하고 무심천에 굴다리 다방이라는 카페에 갔는데 거기서 밖에 불을 피워 주고 고구마도 주고 해서 고구마 3개 구워 먹었다. 오랜만에 고구마 구워 먹으니 아빠 어릴 때 다리 밑에서 불 피워 놓고 고구마 구워 먹었던 게 기억이 나더라. 아빠 어릴 때는 겨울 방학이면 할 게 없어 눈 오면 산에 눈 썰매 타고 강에 가서 얼음 타고 팽이 돌리고 배고프면 고구마 구워 먹고 진짜 원시적으로 놀았는데 요즘은 할 게 많은 것 같다. 정한이는 CUBE를 계속 사달라고 해서 2X2, 3X3, 4X4 샀는데 5X5를 계속 사달라고 졸라서 사줬다. 5X5는 휴대폰으로 입력해서 맞추는 방법 찾으니 CUBE를 300번 넘게 돌려야 하더라. Cube 맞춰 준다고 주말에 고생했다. 정한이는 6살 되고 나서 이제 애기가 아니다. 이제 못하는 말이 없다. 거기에 청주 친구들이 있다고 하는데 효광원 나와서 만나서 놀다 보면 나쁜 유혹에 빠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는구나. 아침마다 끌어당김 법칙을 실천해봐라. 나는 법을 지키면서 살아갈 것이다. 나는 책을 읽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 계속 마음속으로 외치면 행동을 말하는 것 처럼 하게 된다. 더 이상 선한이가 경찰서나 법원 안 갔으면 좋겠다. 아빠는 이번 주에는 병원 두 군데나 가야 한다. 성모 병원에는 고지혈증하고 간 수치가 안 좋아서 검사 받으러 목요일 가고, 토요일은 눈 수술 받은 거 검사 받으러 가야 한다. 사십 넘으니 병원에서 관리 받으면서 살아야 하나 보다. 믹스 커피가 지금은 맛있고 좋은데 나이 들면 끊어야 한다. 믹스 커피에 프림하고 설탕이 살 찌게 만드는데 30대 까지만 해도 쉽게 빠지던 살이 40 넘으니 정말 안 빠진다. 병원에서도 80kg까지 살 빼서 오라고 했는데 86kg에서 내려 갈 생각을 안 하네. 추위가 계속되는데 감기 조심하고 끌어당김 법칙을 꼭 실천해서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도록 해라. 이제는 작은 유혹에도 넘어 가면 안 된다. 여기부터는 엄마가 쓰는 거야. 오늘 잠옷이랑 덧신, 로션, 양말, 바지 택배로 보냈어. 양말은 10켤레 보내려다가 갯수 제한 있어서 5켤레만 일단 보냈어. 필요하면 면회 때 더 가져다 줄께. 바지는 나이키에서 사서 보냈어. 기모로 사면 금방 못 입을꺼 같아서 기모 없는 걸로 샀어. 더 큰 사이즈로 사고 싶었는데 너는 넉넉한 거 싫어해서 눈대중으로 딱 맞을 꺼 같은 걸로 샀어. 혹시나 보낸 옷 중에 안 입는 거는 면회 때 가져올 수 있으면 가지고 나와. 그리고 저번에 이탈했을 때 입고 간 옷은 담임 선생님이 가지고 계시데. 면회 때 받아서 필요하면 자수 박아서 보내줄게. 편지에 수면 양말도 써 있었던 거 같은데 급한 거면 전화로 이야기 해주고. 날씨 추운데 아프지 말고 잘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