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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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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다. 오늘이 23일 인데 낮에는 초여름 날씨 같구나. 문암 생태 공원에 갔는데 반팔 입고 다니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니까 남부 지역에는 산불 때문에 나라가 비상 상태다. 뉴스에서 봤을 수도 있겠지만 어제 경북 의성에 성묘 온 사람이 불 놓다가 산불이 났다고 한다. 그 산불이 길안까지 옮겨와서 할아버지 농기계들 창고에서 도로 쪽으로 이동 시켰다고 하더라. 다행히 오늘은 불이 할아버지 동네로 더 번지지 않았다고 해서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산청군 산불 진화 중에 산불에 갇혀서 4명이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정말 안타깝다.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산불 진압이 안되는데 계속 또 발생하니 나라가 비상 사태다. 오늘은 대전 옆에 옥천에도 산불이 났다. 고의로 산불을 내면 징역 최고 15년, 실수로 산불을 내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낸다고 한다. 산불의 원인이 담배 꽁초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선한이도 나오면 계속 금연 해서 담배를 멀리 하도록 해라. 아빠도 집에 도배를 한 적이 있는데 벽지를 붙이고 나서 쫙쫙 펴는 게 어렵더라. 마르면 펴진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던데 선한이는 잘 했는지 궁금하네. 뭐든 배울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배워 두면 좋다. 밖에서 도배 배울라고 하면 한달 수강료가 40만원 이더라. 너 처럼 어렸을 때 접하기도 힘들고 학교에 있었으면 잠만 잤을 텐데 거기서 도배를 배우고 있는 걸 전화위복(좋지 않는 일이 계기가 되어 좋은 일이 생김)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아빠는 선한이가 거기서 또 싸우지나 않나. 또 잘못을 해서 벌점을 받지는 않나. 항상 걱정인데 전화로 문제 없다고 말해 주니 그나마 안심이다. 전화 시간에 짧게 라도 잘 지내고 있는지 알려 줘라. 이제는 3개월도 안 남았다. 이제부터 6월 17일 나오려면
정말 모든 거에 관심을 끊고 살아야 한다. 머리 속에서 나오는 날짜, 도배, 독서, 편지, 운동 빼고는
아무것도 관심을 두지 마라. 잡생각이 날 때 마다 부처의 말씀 읽고 마음 다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책에서 좋은 내용 있어 적어 보낸다. “참을성” 곰하고 호랑이가 쓰디쓴 쑥과 매운 마늘을 먹고 백 일을 지내면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캄캄한 굴에서 견디는데, 호랑이는 성미가 급해서 참지 못하고 도망가 버렸고 둔한 곰은 백 일을 견뎌 사람이 되었는데, 여기서 곰이 인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견디면서 참고 있었다는 것이다. 선한이도 6월 달에 나올 수 있도록 참고 또 참아야 한다.
정한이는 요즘 할머니하고 영상 통화하면서 수학 문제 푸는 데 재미 들려서 매일 영상 통화 해 달라고 한다. 정한이는 수학에 진심인 사람 같다. 우리 집에 별종이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다음 면회 때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