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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 권기량이에게 (두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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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량아 아빠야. 효광원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편지를 쓸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어제 잠은 잘 잤어? 아빠는 기량이랑 통화하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서 잠을 설쳤어. 아직은 많이 두려운 듯한 목소리라 걱정도 되지만, 이제 일주일도 안 됐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 아빠가 기량이 입장이라면 아마 더 무서워했을 거야. 솔직히 아빠도 겁이 많거든. 그래도 다행인 건 방을 같이 쓰는 형들이 잘 챙겨주고, 분류심사원 때보다는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기량이를 많이 걱정하고 계셔.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목소리도 듣고 싶어 하시고. 어제 기량이랑 통화하고 나서도 잘 지내고 있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계속 물어보셨어. 특히 할머니는 재판 날 기량이가 못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우셨고, 어제는 할아버지가 기량이에게 편지를 쓰셨어. 우편으로 보내야 하니 다음 주쯤 받을 수 있을 거야. 기량이가 겪는 이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 기량이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어. 가족 모두 기량이가 몸과 마음 건강히 다시 돌아오기를 응원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거 잊지 말고 힘내자. 아빠가 지난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실수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 하는 거야. 지금의 힘든 시간은 기량이에게 반성과 성찰의 기회일 뿐만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해. 과거를 후회하는 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해. 어려운 시간이지만 희망을 잃지 말고, 후회 속에서만 머물지 말고, 더 좋은 내일을 위해 준비하자. 기량이는 충분히 잘해낼 수 있어. 할 수 있지? 아빠는 기량이가 해낼 거라 믿고 또 믿고 있어. 빨리 면회 가서 기량이를 보고 싶다. 세 번째 편지도 곧 쓸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2025년 3월 25일(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