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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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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에서 아빠에게 교육받으라고 하네.
자식의 잘 못은 부모의 잘 못이니 죄값을 받는거지.
이런 일 있으면 아빠가 일을 못하게 돼.
할머니도 암이 장기 전체에 퍼진 상태인데 아빠까지 일을 못 하게 되면 우리집은 어떻게 될까?
혹시 이런 생각은 안 해 봤니?
신경쓰지 말라고?
아빠가 처벌을 피하면 그 죄는 더욱 가중되는 거야.
결국 너의 행동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지 알았으면 한다.
더 나아가 가족에게 슬픈 일까지 생긴다면 넌 남은 삶을 아무 상관없이 살 수 있겠니?
너무 이해가 안 된다.
아빠가 훈육 안 하면 잘할 수 있다고 해서 초등학교 4학년 중반부터는 그 흔한 잔소리 조차 안했어.
혹시 친구들한테 자존심 상할일이 생길까봐 어려운 상황에서도 엄마는 사달라는 건 다 사줬어.
할머니는 또 어떠니?
나이가 드셔서 힘드신데도 너 밥해달라면 늦은 새벽에도 일어나셔서 해줬어.
도대체 어느정도를 해야 만족하겠니?
기억이 안난다고?
그럼 차라리 병원치료를 받지 그랬어.
그랬다면 피해보는 사람도 없었을텐데.
병원에 가자고 했던 것도 넌 거부했아.
이건 기억이 나니?
너의 죄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때문에 그 죄송함에 가슴이 아프다.
이 고통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함이 살아가는 의욕을 잃게 한다.
나아지고 있는 거 맞니?
어떻게 살거냐고 물어보고 싶지는 않다.
너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지난 몇년간 네가 만났던 애들, 그들과 해왔던 행동, 그렇게 만들어진 생각 모두가 이 사회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야.
이중 아무 것도 하면 안 돼.
그걸 깨는 순간, 이 고통은 되풀이 될거야.
죽을 때까지.
남들은 위로를 해주라고 하지만 위로는 피해자들이 받아야 하는 거야.
넌 참회를 해야해.
피해자들에게. 이 사회에게.
그리고 돈을 벌면 돈으로 갚아야하고, 사과를 원하면 그들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사과를 해야해.
그게 너에게 주어진 의무야.
선택권은 없어.
아빠 얘기와 같은 생각이길 바래.
그래야 네가 살고, 우리 가족이 살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