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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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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5일 오후 1시에 태어났어.
잘 울지도 않고 잘 웃지도 않아서 아빠가 근 일년 간은 네 얼굴 잡고 웃었지.
그렇게 하니까 어느 순간, 따라서 웃더라.
실패를 싫어하는 성격 탓에 다른 애들처럼 섰다가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참았다가 갑자기 일어서서 가족 모두를 놀래켰지.
말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어.
가족들 말을 잘 안 따라하길래 늦게 배우나 생각했는데 갑자기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말하더라.
가족들은 네가 똑똑하다고 생각했어.
어느 순간 공부를 싫어해서 그렇지 넌 재능이 있는 아이였지.
거짓말 아니냐고?
뭐하러 하겠냐.
네가 이곳에 있었으면 영화라도 보러 갔을텐데.
아빠는 가족들 모두 영화보고 밥 먹고 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
돌이켜보니 가장 행복했던 건 일상에서 소소한 것이더라고.
그리고 곱창을 먹으러 갔겠지.
누나가 요즘 곱창에 꽂혀서 자꾸 날을 만들어서 먹으러 가자고 하네.
누나 정말 열심히 일해.
천안, 서울, 평촌, 군포...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니며 가르치고 있어.
너도 보게 되면 대견해 할 거야.
7월 4일.
넌 없지만 가족들 모두 네 생일이라고 얘기하더라.
이런 게 가족이지.
기억해주는 거.
많이 갑갑하고 힘들지?
이제 3개월 남았네.
나오면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갖자.
꼭 뭘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가벼운 농담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산책도 하고...
가족과 함께 해서 행복한 것들이야.
아마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나오면 하자.
아픈 할머니, 불쌍한 엄마, 너의 입장을 이해하는 누나, 모두 그날을 기다릴거야.
잘 마치고 그날 만나자.
만나서 맛있는 거 사 먹고, 못 했던 얘기도 하자.
항상 꿈을 꾸고 희망이 너의 곁에 있다는 거 잊지말고.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