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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데 잘 지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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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생각나네.
아빠가 뭐 하고 싶은 거 없냐고 자주 물었었잖아.
그때마다 넌 없다고 했었지.
근데 네 표정은 아니었어.
하기 싫다보다 자신없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같아.
참으로 가슴 아팠지.
무엇이 널 그렇게 만들었을까?
아빠는 손흥민 아빠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함께 뛸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아빠는 네가 자신감을 갖게 해 주고 싶었어.
그래서 네가 뭘 배운다고 자꾸 얘기한 거였지.
네가 원리를 알면 친구들과 운동을 하던 뭘 하던 더 잘 할 것이고 자신감도 생길 것 같았거든.
하지만 너에게는 안 맞는 스타일이었던거지.
아빠도 특이한 부분이 있지만 너도 그렇거든.
아빠가 제일 경계하는 게 '다른 사람때문'이라는 말이야.
이것만큼 날 망치는 생각이 없어.
그렇다고 아빠 말이 무조건 내 잘 못으로 돌리라는 게 아냐.
옆에서 보던 사람, 냉정한 눈으로 보던 사람은 누구의 잘잘못인지 잘 알거든.
그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땐 들어야하거든.
그래야 내가 좋은 쪽으로 성장해.
아빠는 다른 건 바라지 않아.
다만 문제가 생겼을 때 '내 잘 못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좋겠어.
잔소리처럼 들렸다면 미안해.
하지만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야.
누나와는 사이가 많이 좋아졌어.
좋아진 이유는 상황이 바뀌어서야.
누나는 아빠가 간섭하는 걸 싫어했잖아.
그게 답답했었데.
근데 학교 졸업하고 일을 구하는데
누나는 또래 언니들에 비해 해놓은 게 너무 많더래.
무용관련 입상 경력만 22개에다가 고등학교때 아빠 연극에 출연한 거며, 교육청사업선정, 경기도 강사...
보통 누나 또래면 경력이 거의 없는 게 정상이거든.
이 경력때문에 큰 돈은 아직 못 벌지만 서로 데려가려고 하나 봐.
그래서 누나가 아빠에게 마주 보면서 아빠가 이 경력을 만들어 준 덕분에 이렇게 쉽게 된다고 말하더라.
기분이 좋았어.
고맙다는 말은 안 해도 아빤 상관없어.
너희들이 살아갈 세상에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면 그걸로 보람있어.
너한테도 아빠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빠가 하는 분야에만 도움이 될 수 있어.
없는 능력을 만들 순없잖아.
네가 공부를 한다면 같이 할 것이고,
운동을 한다면 같이 연구를 할 거야.
네게 도움만 된다면 말이야.
넌 본성이 착하고 정도 많은 아이야.
상황판단력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야.
보통은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발생할 일을 생각하거든.
그 발생할 일을 먼 훗날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
이런 사람들은 절대 실수 안 해.
네가 이런 부분이 부족했던 거야.
널 비난하는 게 아냐.
사람은 누구나 다 부족한 점이 있으니까 그걸 채우자는 거지.
넌 정도 많고 착한 아이야.
잠시 네가 지키려했던 걸 깼다고 나쁜 사람이 아냐.
다시 돌아갈 수 있어.
넌 원래 착한 아이였으니까.
아빠가 함께 할께.
공부든 운동이든...
다시 너를 찾아가자.
그렇다고 부담은 갖지 마.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 기다릴 수도 있어.
너 나오면 곧 고2가 되겠네.
넌 잘 할 수 있어.
너의 장점은 친화력이야.
그리고 재미가 붙으면 열심히 해.
다만 그게 오래 가지르니 못 하는데(누나도 비슷) 아빠한테 맡겨주면 매일매일 빠지지 않도록 체크할게.
혼자서 할 수 있으면 혼자 하고.
아무튼 방법이야 어떻튼 올바른 목표로 꾸준히만 가면 좋겠어.
오늘은 잔소리가 너무 길었지?
하지만 잔소리가 그리울 때도 있게 돼.
그러니 너무 보기 싫다고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
너 나올 때 행복한 가족의 모습 보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