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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 권기량이에게 (효광원 열세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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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기량이에게 (효광원 열세번째 편지)
기량아, 주말 별일 없이 잘 보냈지? 보호자 교육 때 편지 낭독하고 자리로 돌아와 아빠 손을 꼭 잡아줬을 때, 정말 마음이 뭉클하고 좋더라. 그날 하루 종일 기량이와 함께 있다가 원주로 돌아오는 길이 많이 허전했어. 집에 와서는 괜히 기량이 방을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되고, 그동안 기량이가 보냈던 편지들도 다시 꺼내 읽어봤어.편지들을 읽으면서 느낀 건, 기량이가 예전보다 마음가짐도 생각도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구나 하는 거야. 기량이도 느끼고 있겠지? 교육 때도 몇 번 얘기했지만, 다시는 절대 잘못된 길로 가지 말고 평범하게, 기량이답게 지내줬으면 하는 게 아빠의 가장 큰 바람이야. 효광원에서 나오면 하고 싶은 것도 많을 거고, 유혹도 많겠지만, 그때마다 잘 이겨내야 해. 사실 아빠도 순간의 유혹이나 충동을 이겨내지 못할 때가 있는데, 아직 어린 기량이라 더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그래도 아빠는 기량이를 믿어.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낸 만큼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아빠는 기량이가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배우고 싶은 운동이나 기술도 배워보고,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귀고, 여자친구도 만나고, 그렇게 웃는 날들이 많았졌으면 해. 기량이 나이엔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잖아.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클 테고.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다만, 기량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인 배려심과 친절함이 때로는 누군가에겐 이용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해.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서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거든. 그래서 더더욱 기량이가 자신을 먼저 소중히 여기고,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존감이 높아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니까. 또 이렇게 잔소리가 길어졌네. 친구 같은 아빠이고 싶은데, 글을 쓰다 보면 자꾸 이렇게 되네. 나이 들면서 꼰대가 되는 건지 모르겠다. 8월에 면회 갈 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효광원 친구들과도 잘 지내렴. 아프지 말고. 또 편지할께. 사랑한다, 기량아!
2025년 7월 28일(월) 기량이를 언제나 응원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