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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 07월 28일 김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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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 엄마야.. 오랜만에 편지하네.. 지난번 통화에서 말했듯이 일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가 없다 아들 보러가고 싶은데 일요일밖에 시간이 안되서 너무 아쉬워.. 그정도는 이해해줄수있지? 지금도 출근전에 잠깐 쓰는거야.. 엄마집 주소랑 아빠가 전달해달라고 한 편지만 넣고 마무리 할테니까 편지할때 정확히 뭐뭐 필요한지 적어서 보내줘 항상 사랑해 아들!! 아빠가 열심히 고치고 고쳐서 쓴거같으니 잘 읽어보길 바람
집주소
고양시 일산서구 덕산로 277-4 아펠리움 101동 201호
사랑하는 아들 미루에게.
2009년 7월 28일, 너 태어난 날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작고 따뜻한 손, 조심스레 울음을 터뜨리던 그 순간,
내 세상은 한순간에 환해졌다.
얼마나 예뻤는지, 주변에선 내가 아들이라서 좋아한다고들 했지.
그건 아니고, 난 막내인 네가 너무 예뻐서 그랬을 뿐이야.
2014년 12월, 아빠와 함께 살면서
우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
그때의 웃음과 대화, 그리고 사소한 일상들까지
지금도 내 마음 깊은 곳에 소중히 남아 있다.
어렸을 때는 누나가 아빠한테 많이 혼난 적도 있었지.
특히 “동생 잊어버리지 마”라며 챙기라고 했던 그때,
누나가 많이 울었던 것도 아빠는 기억한다.
지금은 네가 더 많이 혼나지만,
그 모든 건 다 너를 위해서다.
아빠가 혼자 너희를 키우면서
부족한 점도 많았고, 힘든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너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아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다.
초등학교 때 네가 사고를 치고,
아빠가 항상 달래고 다독이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올라가서 네가 “축구 그만둘래”라고 했을 때,
그냥 두지 말고 계속 시킬 걸,
축구 계속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지금 와서 후회된다.
넌 운동 신경도 좋았다.
죽기 살기로 했으면, 지금도 하고 있었다면
얼마나 잘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 해본다.
이번에 네가 사고를 쳤을 때,
아빠는 정말 실망이 컸다.
하지만 미루야, 이번 한 번 아빠가 또 믿어볼게.
이번에 나오면 정말 학교 열심히 다니고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고,
네 스스로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멋진 아들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기억해라, 미루야.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
오늘의 선택이 너의 내일을 만든다.
흐르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그 시간 속에서 너만의 길을, 너만의 이야기를 멋지게 써 내려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