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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승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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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보가 보내 준 편지는 잘 받았어. 엄마가 7월 첫 주 화요일에 쉬니까 그 때 옷이랑 필요한 물품 챙겨서 보내도록 할께. 한 가지 더 전할 소식은 엄마가 어릴 때 부터 꿈에 그리던 오락실 게임기가 생겼단다. 무제한 코인으로 죽어도 계속 살아 나서, 라이덴 끝판까지 갈 수 있어. ㅋㅎㅎㅎ 오늘 이 곳은 비가 하루 종일 내릴 기세인데 승보 있는 곳은 어때? 출근하기 전에 오늘은 비가 내려 사람이 없을 테니 가게에 나가면 대청소 싹~해 놓고 커피 한 잔 마시며
비 오늘 날의 여유를 즐겨야지 했는데, 문 열고 청소 시작하자 마자 손님이 오셔서 응대해 드리고 어지러진 가게 정리하며 중지한 청소를 다시 시작하려는 찰나, 전에 보고 가신 티셔츠가 생각나서 오셨다며 어르신이 한 분 오신 거야. 옷 찾아 입혀봐 드리니 그 옷이 맞는데 그 때 그 옷이 아니라고 한참을 이 옷 저 옷 구경하시다가 엄마가 우려 드린 오미자 차를 드시고 또 한참을 이 옷 저 옷 만지작거리시다가 다음에 또 생각나면 오신다고 그냥 가셨어. 그렇게 오후 1시가 넘어 가고 (커피 한 잔도 못마시고) 정주가 기흥 센터(요즘 다니는 학원)에 3시까지 가야해서 가게에 불러서 밥 먹여 보내 놓고, 휴~ 이제 앉아서 편지 쓰며 커피 한 잔 마시려고 물을 끓이고 있단다. 울 승보가 바리스타가 돼서 오면 이렇게 분위기 있게 커피 마시고 싶은 날에 어울리는 맛있는 커피를 내려 줄텐데...히~ 어제 할머니께서 승보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하시더라. 제주에서 가는 편지라서 1주일 정도 걸린다고 우체국 직원분이 말씀하셨대. 승보가 할아버지께 편지 보냈다고 말씀드리니 또 훌쩍훌쩍 하시네... 현이 삼촌이랑은 승보가 돌아 와서 새로이 시작할 승보의 인생 제2막을 위해 삼촌과 엄마가 도와 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준비해 가자고 이야기 나누곤 한단다. 삼촌도 승보 오면 아이들 데리고 여행하는 시간을 많이 갖자고 이야기 했었는데 승보도 가족 여행 이야기를 편지에 써서 좋았어. 그렇게 우리는 같은 추억을 쌓고 간직하는 가족이 되어 가는 거지. 승보가 읽고 있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집과 그 추리 소설도 쉬는 날 서점에 가면 사서 읽어 보도록 할께. 그럼 다음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