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전현준)

오늘 네 전화 받고 바로 가입했어.

크리스마스 이브 날 저녁에 쓴 편지 오늘 우체국 가서 보내려고 했는데 그냥 여기다가 옮겨 적어서 보낼게.


아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야.

그 곳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니? 사실 여기서도 특별한 건 없어.

엄마는 오늘 좀 늦게까지 일하고 집에 와서 남아있는 라면과 떡으로 라볶이를 만들어 먹었어. 그리고 조용히 앉아서 너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고 있단다.

어제 오후 1시부터 네 전화가 오길 기다렸는데 연락이 없어서 민선이랑만 통화하고 연락이 안 오는 줄 알고 서운해했었어. 그런데 저녁에 효광원 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오해란 걸 알게 되었단다. 그래서 이번 주 중으로 콜렉트콜 차단을 해제하려고 해. 아마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통화가 가능할 거야.

그리고 학교 전학 문제로 교육청에 문의해봤어. 결과는, 네가 천안 공고에 재학 중이어야 전학 처리가 된다고 해. 지금은 효광원으로 전입 처리가 되어 있어서 전학을 할 수가 없대. 35월까지 전학 처리가 가능하지만, 네가 효광원을 나올 때는 7월이 다 되어 가잖아.

진작 사회봉사를 마치고 재판을 받기 전에 전학을 했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좀 속상하다. 안그러니?

지나간 일을 후회해 봤자 의미 없는 일이지만, 이번 일을 통해 네가 이런 생각을 좀 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기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말야.

살다 보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반드시 있는데, 그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그런데 그걸 피하려고 하고 싶은 것만 하다 보면, 결국엔 하고 싶은 건 다 포기하고 해야 하는 날이 반드시 온단다. 왜냐하면, 하고 싶은 건 변하거나 사라지기도 하지만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건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결국 그걸 해결해야 사라지거든.

엄마가 이렇게 얘기하는 게 너에게 얼마나 와닿을지 모르겠지만, 이 중 한 부분이라도 너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다.

 

암튼, 그래서 네가 6월쯤 나오면, 천안으로 다시 학교를 다녀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2년 넘게 버티던 고교 생활을 자퇴로 마무리해야 할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너무 아까운 일이 될 것 같지 않니? 그동안 졸업을 위해 조금씩이라도 신경 써왔던 것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무의미하게 끝날 테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네가 힘들어도 천안까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그곳에서 자격증 공부도 하고 검정고시 공부를 하는 방법도 있겠지. 모든 건 너의 의지에 달려있어. 네 삶의 주인은 너니까.

선택과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은 항상 따르는 거, 잘 알고 있지?

엄마는 네가 현명한 선택을 하고 더 나은 길로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 그 곳에서 직업 훈련도 한다고 들었는데, 너는 어떤 반을 선택할지 궁금하다.

엄마는 항상 너를 응원하고 있어. 그 마음은 변치 않아.

아무쪼록 하루하루 헛되이 보내지 말고 건강히 잘 지내렴.

 

추신 : (12월 26일) 민선이에게는 문자 보냈어. 아직까지 알겠다는 답장은 없네. 

         그리고 수신자 부담 해지하려고 하는데 그게 여기저기 알아보는데 잘 안되는구나.

         더 알아보도록 하긴 할 건데 안되면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20241224일 밤

엄마가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9393 사랑하는 서현민에게 코스모스 2024-12-29 78
9392 아들(김준성(071018))에게 수진 2024-12-29 84
9391 이세상 가장 소주한 기준에게 깜상 2024-12-28 79
9390 이세상 가장 소중한 기준에게 깜상 2024-12-28 78
9389 이세상 가장 소중한 기준에게 깜상 2024-12-28 86
9388 전예준 케이 2024-12-28 89
9387 2024년 12월28일 마지막편지 정하랑 하랑맘 2024-12-28 81
9386 사랑하는 서현민에게 코스모스 2024-12-26 84
9385 아들에게(전현준) 보리수 2024-12-26 88
9384 아들에게(전현준) 보리수 2024-12-26 88
9383 고대원 2010 2024-12-26 87
9382 이상현 톰과제리 2024-12-26 82
9381 사랑하는 은호 은호아빠 2024-12-26 86
9380 동우에게 동우아빠 2024-12-25 85
9379 12-25 박민준에게 (엄마가) 민준맘 2024-12-25 84
상단으로 이동